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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아이스박스 20개월 여아사망' 사건의 겉과 속(박미랑 교수)

작성일 2021-07-28 13:40

작성자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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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외할머니는 사라진 손녀를 찾았다. 딸은 아이가 학대로 인해 죽었다고 답했다. 외할머니는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이 사건은 ‘아이스박스에서 숨진 20개월 여아’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자는 친아버지였다. 20개월 된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자기가 칭얼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20개월의 아이를 두고 아빠는 이불을 씌워 두들겨 팼다. 정상적인 20개월가량의 아이가 11㎏가량 된다고 가정했을 때, 10㎏ 내외의 아이는 성난 성인 남자의 분노를 온몸으로 감당했어야 했다. 아이 온몸의 뼈는 부러졌고, 아이는 사망했다. 붙잡힌 가해자는 혐의를 시인하면서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아이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몇 가지 비난과 의심을 던진다. 그 내용은 대략 아이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어떻게 자기 아이를 두들겨 팰 수 있는가? 사망시점이 6월인데 어떻게 아동학대 신고가 하나도 없었는가? 엄마는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 등으로 요약된다.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 속의 생활고라는 문제는 개인의 상식을 넘어선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잠재된 위험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생활고 자체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리는 만무하다. 생활고와 이 생활고를 완화해주는 사회적 장치의 부재, 그리고 개인의 폭력성의 조합이 낳은 폭탄이었다.
아이의 죽음은 왜 이렇게 늦게 세상에 알려졌는가? 가해자가 부모였기 때문이고, 코로나라는 예외를 인정하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신고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발생한 학대는 부모가 발견하고 신고자가 되지만, 집안에서 발생한 학대는 발각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거나 외부의 누군가가 아이를 살필 기회가 있어야 아이의 학대 정황이 발견된다. 이 아이는 너무 어렸고, 코로나로 모든 상황이 예외가 되었다. 즉, 접종이 늦어지는 것도, 병원에 안 가는 것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것도 모두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취약한 아이들은 더욱 취약해졌고,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의 눈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숨겨졌다. 20개월의 아이도 코로나로 더욱 취약해졌다.



[기사 원문 보기]= '아이스박스 20개월 여아사망' 사건의 겉과 속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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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1-03-11